간혹 내가 생각한 이야기를 할 경우, 가장 많이 드는 질문이 “한국의 미래 발전상을 어찌 생각하는지”이다. 내 소견으로 보아 한국은 ①담대한 진보를 외치면서 독자적 외교 노선을 추구하거나 ②미국 중심 서태평양 집단안보체제의 첨병이 되리라 본다.
트럼프 4년 동안, 우리는 극우 지식인들이 한국 사회에 얼마나 잘못된 정보를 주입하는지 지켜봤다. 한국의 지속적인 병력 자원 감소로 인해 사실상 우리군 단독으로는 북한 지역 전역을 점령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릇된 애국심에 심취한 국민들은 노래 가사 〈All or Nothing at all〉처럼 북한 지역 전역을 통치하기를 원했으며, 자신들이 보기 싫은 미래를 예측하는 현실적인 주장에는 등을 돌렸다. 이런 국민들의 그릇된 판단에는 극우 지식인들의 선동도 한몫했다. 원래 학계라는 틀에 갇혀 있던 극우 지식인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해 국민들을 선동하기에 바빴으며, 그들의 잘못된 신념을 국민들에게 전했다. 내가 트럼프 시대를 지나오면서 놀란 사실이 두 가지 있는데 ① 유독 한국에서만 트럼프를 찬양하는 자들이 많다는 사실과 ② 트럼프가 재선될 것이며 악의 세력 중국을 끝내 이길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정작 내가 판단했을 때,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는 매티스가 국방부 장관에서 물러나면서부터 균형을 잃고 헤매다가 국제 질서 주도권을 중국과 러시아에게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었다(진실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는 매티스 해임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2018년 12월 매티스 경질이 결정된 이후부터 미국은 꾸준히 중동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이란에 의해 메꿔지고 있다. 솔직히 시리아 반군이 정부군을 이기는 것은 이제 불가능에 가깝다 보는 편이 옳다(이런 상황에서 이루어진 바이든 정부의 시리아 친 이란 민병대 기지 폭격은 중동 지역 영향력을 회복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건설한 철도와 파이프라인은 파키스탄과 미얀마, 이란, 캄보디아, 라오스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중국을 포위하려면 남중국해를 봉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도양까지 동시에 포위해야 함을 의미한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사실만을 참고할 경우,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은 실패했다. 에스퍼 장관의 주장대로 500척 대함대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면 미국이 모든 함대를 집결한다 한들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해에 이르는 해안선을 모두 봉쇄할 수 없다. 그간 미국의 지정학자들과 전략가들은 중국이 파미르 고원을 넘어 중앙아시아와 테헤란까지 이어지는 인프라 건설할 수 없으리라 봤으며, 남중국해 해상에서 몇번의 전투만으로도 중국을 이길 수 있다 믿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미국 학자들이 불가능하다 여기던 교통 인프라 건설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이제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연결하는 교통 인프라 건설은 2024년 전후로 완성될 전망인데, 솔직히 2024년 이전까지 미국이 중국과의 전면전에 나설 리도 없거니와, 발해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이르는 해안선을 모두 포위할 수 있는 해군력을 유지할 리 없다.
그럼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미국의 군사력으로는 중국을 단숨에 굴복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을 것이며, 이 때문에 타이완-오키나와를 넘지 못하게 하는 선에서 중국의 해상 진출을 억제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히라마쓰 시게오를 위시한 많은 일본 학자들은 중국의 동중국해 진출을 두려워했는데, 이 지역은 애초에 중국의 주된 진출 방향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출발해 말라카 해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해상 운송루트를 장악에 더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향후 미∙중 양국의 정치∙군사적 충돌이 주로 남중국해와 인도양에서 벌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나는 미∙중 양국의 충돌이 결과적으로 쌍방 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선에서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중국은 미국이 봉쇄조치로는 굴복시킬 수 없는 나라로 성장했으며, 반대로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나라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결국 양국은 서로의 핵심이익을 존중하는 선에서 타협하리라 본다.
나는 미래학자도 아니고, 군사 전문가도 아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한국의 미래는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본다. 첫째로는 진보적인 리버럴 정당의 장기 집권이요, 둘째로는 극우 정당의 장기 집권이라 본다. 이미 수요 이상으로 커져버린 한국 부동산 시세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정치인들은 노동법과 이민법을 개정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중국의 조선족들과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이 대거 귀화하는 현상이 일어나리라 본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아주 이질적인 존재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라 생각할 것이다. 실상 그들이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한다 하더라도 극우적인 여론에 심취한 네티즌들은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 세울 것이다. 여기서 정치인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 경제 몰락은 예고된 재앙이나 다를 바 없다. 이럴 때일수록 경제 몰락 여파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내려가야 그나마 10~20년 뒤에 우리 경제가 재기할 수 있을 것인데, 트럼프 시대를 거치면서 내가 느낀 바를 말하자면 한국인들은 조선족, 고려인과의 공생을 선택하기보다는 극우적인 정당의 정기 집권을 선택할 것 같다. 트럼프의 낙선으로 극우적 지식인들의 선동이 잠시 멈추었을 뿐이지, 이들은 여전히 사회 각처에 존재하며, 민주당 정부의 실패와 함께 유령처럼 우리 사회 전면에 다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극우화는 미국과 중·러 군사협력체의 경쟁으로 인해 세계 무역 구도가 인도양 중심으로 재편되는 새로운 변화에 우리가 참여하지 못함을 뜻한다. 인도차이나와 파키스탄, 이란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은 점차 강해질 것이고, 인도가 거대한 몸집을 바탕으로 저항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인도양 진출과 중국의 팽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지금은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지만, 50년, 100년 뒤 우리 아이들이 스리랑카와 미얀마에서 일자리를 찾을지 누가 알겠는가? 이미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이 중국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요, 이 마저도 정착을 실패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예가 증가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한국이 나가야 할 길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기치로 삼은 담대한 진보의 길이라 본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종주의적 관념과 동족에 대한 차별의식을 없애지 않는다면, 우리는 끝내 미국 중심의 서태평양 집단안보체계에서 일본 본토 안전을 보장하는 방패 역할이나 하다가 경제적으로 몰락하고 말 것이다. 또한 국군 편제를 대폭 개편해 해군과 해병 중심의 군대로 거듭나야 하고, 해상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주장할 수 있는 나라로 바뀌어야 한다. 아울러 이민법을 개정해 양질의 노동력이 계속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힘쓰며, 북한 정권과의 적대 관계를 종식시켜 경제 발전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정치 구조를 완성해 나가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중심 세계질서를 받아들이면서도 중∙러 군사협력체 구성원과의 정치∙군사적 마찰을 줄여 나가야 하며, 이들과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는 것을 첫번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끝으로 교육 개혁을 통해 내셔널리즘과 인종주의적 역사관을 배척하고, 지역주의 역사관을 확립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국민들은 이와 같은 담대한 진보의 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4년 동안 한국 사회는 너무도 편향된 극우적 정보만을 주입 받아왔으며, 이런 내셔널리즘과 극우 인종주의 사상이 결합된 마약에 취한 자들이 단 한번에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유튜브에 보면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트럼프의 전략적 안목에 감탄하는 자들을 필두로 한국 군사력이 중국을 앞서니, 몽골과 한국이 연합한 새로운 나라가 탄생할 것이라니, 새로운 천지 개벽에 한국이 중심국이 될 것이라는 등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자들이라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내용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사실을 왜곡하고, 법적으로 잘못된 일이라 할지라도 내셔널리즘적 가치관에 부합하면 이를 용서해주고 용납해주는 일이 너무도 빈번하다. 고로 나는 한국이 담대한 진보의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극우 지식인들이 전해주는 정보에 취해 서서히 몰락하는 길로 접어들 것이라 감히 예상하는 바다. 그리고 우리는 극우적인 사조가 만연한, 그러나 서서히 몰락해가는 새로운 한국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실상 한국의 극우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다만 대다수 사람들이 스스로 극우 사상에 동조하는지조차 모를 뿐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이 가까운 시일 안에 극우 국가로 탈바꿈하리라 본다.
2021년 3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