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와 구청

어떤 학생과 대화를 나누던 중, 윤동주와 루쉰을 비교하는 연구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아이의 부끄러운 마음을 붓으로 그린 것 같은 윤동주의 시와 죽어가는 사람을 냉담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인생을 소포클레스의 비극 작품에 빗대는 철인[哲人]의 글을 비교하다니! 이 두 작가의 글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그로테스크하지 아니한가!

나는 이 학생에게 윤동주와 루쉰을 비교하는 것은 얼토당토않는 소리이며, 굳이 비교하려면 중국 시인 구청[顧城]과 비교할 것을 권유했다. 장르적인 면에서나 적자[赤子]의 천진난만함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 있어 양자는 분명 비교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윤동주의 시가 《詩經·秦風·蒹葭》에 나오는 “溯洄從之하니 道阻且長하고, 溯游從之하거늘, 宛在水中央”의 아쉬움을 우리에게 선사한다면 구청의 시에서는 주로 아이의 천진난만함과 미래에 대한 유토피아적 환상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구청이 자살하기 직전에 쓴 작품들을 보면 유토피아에 대한 환상이 깨진 신의 낙담과 냉소, 그리고 절망을 느낄 수 있다. 만일 윤동주의 시가 사물에 대한 사랑과 부끄러움 때문에 다가가지 못하는 나 자신을 그린 것이라면, 구청의 시는 꿈꾸고 노래하며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아이가 파스텔로 스케치북 위에 그린 유토피아와도 같다. 그렇기에 구청의 후기작에서는 윤동주의 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좌절과 절망,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낙담과도 같은 탄식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 일견이라. 여기서 윤동주의 시 한 수와 구청의 시 한 수를 비교해 보도록 하자.

윤동주, 〈사랑의 殿堂〉

순아 너는 내 殿에 언제 들어왔던 것이냐?

내사 언제 네 殿에 들어갔던 것이냐?

우리들의 전당은

古風한 풍습이 어린 사랑의 전당

순아 암사슴처럼 수정눈을 내려감어라.

난 사자처럼 엉클린 머리를 고루련다.

우리들의 사랑은 한낱 벙어리었다.

성스런 촛대에 熱한 불이 꺼지기 전순아 너는 앞문으로 내 달려라.

어둠과 바람이 우리 창에 부닥치기 전나는 영원한 사랑을 안은 채

뒷문으로 멀리 사라지련다.

이제 네게는 삼림 속의 아늑한 호수가 있고 내게는 험준한 산맥이 있다.


顧城, 〈我喜歡在路上走〉

我喜歡在路上走

一個人

看着太陽

看着她從草尖

從羚羊的角彎裡

從乾燥的秸稈上升起

我喜歡在路上走

我不要帽子

不要屋頂

不要那重複的牆

我不想看見上面的水跡

它像噩夢的影子

我喜歡在路上走

太陽愛我

也愛所有的人

我渴望成為一片陸地

在她的注視下

拒絕海洋

我喜歡在路上走

我喜歡在黃昏的路上

看見燈光

我喜歡一個人

一個人

必須有太陽

©著作权归作者所有,转载或内容合作请联系作者
平台声明:文章内容(如有图片或视频亦包括在内)由作者上传并发布,文章内容仅代表作者本人观点,简书系信息发布平台,仅提供信息存储服务。

推荐阅读更多精彩内容

  • 이 문서에서는윈도우에서 숨겨진 파일을 복구[https://kr.bitwar.net/course/dele...
    Cheayol阅读 702评论 0 0
  • 데이터를 무료로 손실하지 않고 원시파티션을 복구[https://kr.bitwar.net/data-rec...
    Cheayol阅读 786评论 0 0
  • 직장에서의 질문설계 오늘 회의에서 변경된 사항 요약 테마를 중심에 놓는 것이 아니라, 관계망을 중심에 ...
    清洗世界阅读 1,001评论 0 0
  • 데이터 손실은 매우 파괴적인 것일 수 있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자료에서는 데이터를 복원하는 데 가...
    Cheayol阅读 812评论 0 0
  • 用韩语写了一篇自传,同时也是韩语课的作业。 竟是觉得,用另一种语言,可以表达另外一个自己,只为自己欣赏,不求别人看...
    生如如花阅读 4,357评论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