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일 시선 27

들꽃 한 점 여름 한 철 피고 가듯

들꽃 한 점 여름 한 철 피고 가듯

그렇게 살다 가리라

이 생명은 너무 미천하고 거룩하여

나는 반드시 곱게 피다 가야 하리

가볍고 홀가분한 일

그리고 사랑과 자유와 노래 부르는 일

그 외는 아무 것도

내 것이 아니여라 내 것이 아니여라

들꽃 한 점 여름 한 철 피고 가듯

그렇게 살다 가리라

무엇이 나를 눈 뜨게 했고

무엇이 나를 꽃망울 지게 했던가

나는 무슨 이슬에 울고

무슨 바람에 흔들리고

무슨 비에 젖고

또한 무슨 햇살에 찬란했던가

들꽃 한 점 여름 한 철 피고 가듯

그렇게 살다 가리라

내가 이제 무엇을 더 탐하고

내가 이제 무엇이 더 두렵고

내가 이제 무엇을 더 고민하겠는가

고독하고 허무하고 막막한 것 마저도

고운 향기가 묻어 있네

가져서 좋은 것도 잃어서 허전한 것도

다 그저 들꽃 한 점 만큼이네

가사 없는 노래


구슬펐던 나날도  

행복했던 나날도모두 흘러가고 마는 것


시작도끝도그저 계절에 불과한 것


그래도한 포기 풀은진지하게 사는 것


그래도한 줄기 냇물은아름답게 흐르는 것


인생은 가사없는 노래알아도 몰라도눈물 나게 부를 노래목이 메이게 부를 노래



너가 없는 여름

 

폐교한 교정 하나하늘 만한 구멍 펑 뚫린마음 하나

아파보고 싶은 마음 하나그러나 아파보지도 못하는마음 하나

장마는 꽃밭을 침몰하고잡초는 미친듯이 자라고바람은 숨을 죽이고별도 자취를 감춘여름

그리움조차 보낼 길 없고눈물지을 이유조차 찾을 수 없는여름

아무 것도 없는 여름너가 없는 여름



가버린 가을


나에게  

산에 가보고 싶다고몇 번이나 부탁했다나는

산은 기실 멀지 않았다바로 창밖 저만쯤이었다

돋는 풀잎지는 낙옆모두 새록새록 보이는옆집의 청초한 소녀같았다

그러나온 여름 온 가을의 소원은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산이 텅 비도록산이 거멓게 죽도록


결국 가을은 또 이렇게 닥쳐왔다나의 소원을 소리없이 깔아뭉게며옆집의 소녀도어딘가 멀리 멀리 떠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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